詩의 공간

대숲 바람소리 - 송수권

자유로운 영혼(이국희) 2011. 10. 27. 01:53

대숲 바람 속에는 대속 바람소리만 흐르는게 아니라요

서느라운 모시옷 물맛 나는 한 사발의 냉수물에 어리는

우리들의 맑맑은 사랑

봉당 밑에 깔리는 대숲 바람소리 속에는

대숲 바람소리만 고여 흐르는게 아니라요

대패랭이 끝에 까부는 오백년 한숨, 삿갓머리 후득이는 밤 쏘낙 빗물소리....

 

아 창호지 문발 틈으로 스미는 남도의 대숲 바람소리 속에는

눈 그쳐 뜨는 새벽별의 푸른 숨소리. 청청한 청청한 대닢파리의 맑은 숨소리

 

사람이 그렇듯 나무도 나무마다  만나는 법이 제가끔 따로 있다.  독야청청 소나무는 경배하듯 만나야하고

선비의 꽃 매화 향기는 귀로 들어야 하며.  줄기가포근한 비자나무는 가슴으로 함껏 보듬어 안아야 한다.

여린 피부의배롱나무는 수피를 간질이듯 살살 만져야 ㅎ나다. 당연히 대나무를 만나느 데에도 방법이 있다.  우선 눈을

감고 댓잎에 스치는 바람소리를 들어야  한다. 대숲 바람소리는 여느 숲의 그것과 판이하게 청산하다.  텅 빈 마디 딸라 흐르는 깊은 공명 탓이기도 하고 길쭉한 아파리에담긴 꼿꼿한 기개 탓이기도 하다. 바람에서 지조의 혼.  옛 사람들의 푸른 숨소리를  읽어내야 만날 수 있는 게 대나무다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