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담장으로 넘겨준 양배추.

자유로운 영혼(이국희) 2012. 8. 7. 14:57


열대야  정말 힘들게 하는군.  미숫가루에 얼음 둥둥 띄워서  먹고 있는데

띵동 ! 문자 메세지가 왔다.  팀장님 !  아파트 앞  담장 밑으로 나오세요.  JMK 가

이 밤 중에 웬 일인가 하고 나갔다.  여기요 !  담장 밖 가로등 밑에서  손을 젖으며 부른다.

와 ! 오랫만이네,  잘 계셨죠.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휴가로 강원도 친정을 다녀왔는데    직접 농사 지은 양배추하고 감자를 얻어 왔고

조금  드리고 싶어서  양배추 2통하고 감자 조금인데 맛있게 드세요. 하고

담장 너머로 검정 비닐 봉지를   넘겨 준다.  제법 무겁다. 양배추 2통이니 그럴만 하지.............

웃음이 터졌다. 여름 밤 담장 안과 밖에서 여인들의 웃음 소리가 열대야를 날려 버린 것 같이 시원하고 재미있었다.

도심 한복판 아파트에서 이런 풍경  자체가 이색적이고  순간  아득한 옛날 시골 집  담장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그랬다  그녀가 우리 아파트  바로 앞 빌라 2층으로 이사를 왔다고 하였다.

아파트 3층인 우리집에서  담장 밖 빌라 2층이 보이기에   이웃사촌이 되었네 하고 서로 반가워

자주 만날 듯 했지만 그렇지 못하고 지냈는데

세상에  어린 친구에게 얻어 먹어서 어쩌지 ?   그래도 그녀는 좋다고 하였다.

 

팀장님 !  이젠 문자 보내면  여기서 만나요.   우린    여기를  비밀 접선 장소로   은밀하게 속삭였다. 

 

JMK 는 그녀는

자녀 둘이 고등학생이고 맞벌이 부부로 

그녀는 직장을 다니면서 전문자원봉사로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젊은 봉사자이다.

훨칠한 키에 단정한 자세와 말이 앞서지 않고  활동 하는 봉사자 이구나   그런 첫 느낌이

7년 차의 세월에도   처음  그 모습으로 변함이 없이 활동하고 있다. 

나중에 남편을 보았을 때 깜짝 놀랐다. 키가 한 뼘은 작았지만 올공지고 당당함으로 장애아동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다.

내가 그의 남편에게 작은 거인이란 닉네임을 붙여주며 응원을 했었다. 

  어떻게  예쁘고 날씬한 사람이 의외로 작은 남편과 결혼 했느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그 때는 키가 작아 보이지 안았고 참 매력있는 남자 라고 칭찬을 하였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키가 크다고 하면서  우린 그렇게 웃으며 사소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들 부부에게서는 자립심 과 자긍심이  많이 느껴지며 성실한 삶의 자세가 좋아 보여  난 칭찬을 많이 해주었었다.

그런 젊은 친구가 이웃 사촌이 된 것이다.

 

어제 또 문자가 왔다.  가로등 담장에서 만나자구  여름 밤 비밀 접선 장소로 가는 마음은 즐거웠다.


. 담장을 경계로 이야기 나누는 짧은 순간이 스릴도 있고 재미있고

그녀의 해맑은 미소가 가로등 불빛에 더욱 밝아서 좋아 보였다

친정에서 옥수수 보냈는데 몇개 안되지만 ...

또 검정 봉투가 담장 넘어로 들어 온다.   선물이 담장을 타고 내게로 왔다.

그녀에게 난  집에서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남녀혼용 바자마를 담장 위로 넘겨주었다.

 


 우리 사회를 둘러싼 수많은 경계와 장벽들이 많다. 

높은 장벽은 가까이 할 수가 없다. 마음의 장벽은 사회를 불안하게 한다.

넘을 수 없는 철의 장막도  죽의 장막도 

독일의 베르린 장벽이 붕괴한 된 것 처럼  소통과 화해로 넘나들 수 있으련만

우리 휴전선의  철조망도 넘을 수 없는 이념의 장벽으로 60 여년의 세월이 흘러가지만

담장을 넘나드는 것처럼 언젠가는 철조망이 뜨겁게 녹아 없어지길 기대한다.




담장 밑에서의 만남이 갑자기 우리나라 휴전선 장벽까지  생각을  키워나갔다.

여름 밤은 시원하게 깊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