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공간

시가 있는 아침 -중앙일보-

자유로운 영혼(이국희) 2012. 8. 17. 08:55

시가 있는 아침

대관령을 넘으며 친정을 바라보다- 신사임당

 

머리 흰 어머니를 강릉에 두고

홀로 서울로 떠나는 이마음

고개를 돌려 북평 쪽 바라보니

흰 구름 아래 저무는 산. 푸르다

 

여름방학이면 재 너머 외갓집에 가곤했다. 아마도 나는 무학의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주고 받는 편지였을 것이다.

언제나 어머니가 들려준 수박 한 통을 들고 낑낑대며 재를 넘었다. 외할머니는 툇마루에서 수박을 쪼개며 그 빛깔에서 갑골문을 해독하듯

딸의 안부를 물었을까. 내가 사춘기가 되었을 때 외할머니는 어머니가 한번 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 말을 전했을 때 어머니는

일손을 놓지 못한 채 노인네가 미쳤든갑다. 하시고는 돌아섰다. 그해 외할머니는 돌아가셨다.

사임당 신씨는 열여덟에 혼인한 뒤에도 줄곧 홀어머니를 모시고 강을 친정에 살았다. 서른 ㅇ덟에 시댁이 있는 서울로 올라왔다.

마지막 푸르다. 그 한마디가 가슴을 친다. 북평은 친정의 지명이다 언제 되넘을지 기약할 수 없는 늙은 어머니를 두고 넘는 대관령.

흰구름 날리는 그 아래 강릉 쪽 저무는 산빛 그 산빛에 형용할 길 없는 마음이 여실하다. - 장철문 시인. 손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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