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심 훈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치지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 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다 올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로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던
드는 칼로 이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져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창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꺼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식민지의 밤이 깊어가는 시대에 심훈은 그날을 격정적으로 염원하고 있다. 삼각산 일어나 더덩실
출추고 한강물 뒤입혀 용솟음칠 그날이 죽기 전에 와 주기만 하면 시인은 까마귀가 되어
두개골이 산산족가이 나더라도 기뻐 보신각 종을 두개골이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기
뻐 보신각종을 울리겠다고 한다. 그 날이 오기만 하면 자기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 큰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 환희의 행렬에 앞장서겠다고 한다.
해방과 자유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다소 거칠고 직정적이라도 진성성이 미학적 완성도를 압도하는 시
를 들라면 단연 이 작품이 아닐까 싶아. 만족문학의 은둔적 비투쟁성과 프로문학의 체험보족을 질타한
드물게 친일행적이 없던. 그러나 끝내 그 날을 못 보고 간 문사 심훈의 기상이 아직 서늘하다(곽효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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