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부터 새해 벽두까지 강추위는 좀처럼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고 있어 꼼짝하기 싫은 겨울 밤
갑자기 시원한 무 한 조각이 땡긴다.
베란다 항아리 속에 담아놓은 무 한개를 꺼내 깎아 먹으면서
내 유년의 어느 날을 꺼집어 냈다.
그 시절 긴긴 겨울밤에
가끔 아버지는 마당 한켠에 땅을 파서 그 속에 묻어 놓은 무를 꺼내서
껍질을 깍아내고 길게 한조각씩 썰어 온가족이 함께 간식으로 즐겨 먹었었다.
꼭 아이스캔디 처럼 맛있었다. 시원하고 달콤한 무를 아작아작 씹어 먹었던
그 시절을 회상 하니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리워진다.
오늘 밤 땡겼던 무 맛은 시원하지도 않았고 더욱 그때 그 맛이 아니었다.
주말농장에서 수확한 무를 어떻게 저장할까 고민하다
항아리속에 김장비닐을 깔고 그 속에 무를 신문지로 쌓아서
넣고 뚜겅을 닫아 놓으면 겨울내내 무를 사지 않아도 된다.
나름대로 2년째 나의 무 저장법이다.
옛날에는 겨울에 농작물을 저장하기 위해 마당에 흙을 파고 움집을 만들어
그 속에 배추나 무를 저장하여 겨울 내내 싱싱한 채소를 먹었었다.
냉장고가 없었던 그 시절 그 풍경은 우리네 겨울 풍속이었고
친환경 농작물 저장법이고 지혜로운 생활의 방편이었다.
1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