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그리고 자연

링링이 할퀴고 간 상처

자유로운 영혼(이국희) 2019. 9. 8. 09:20




태풍 링링의 상처


새벽은 고요하다.

창밖의 수리산자락도 평온하다.

팔월 추석을 앞두고

태풍 링링은 모든 것을 삼켜 버릴 듯 무섭도록 맹렬하게 휘몰아치며 일상을 위협하였다.

뉴스도 안전안내 문자 메시지도 아파트관리실은 최전선처럼 링링 태풍 대비를 매시간 방송 해 주었다.

하지만 어찌 자연에서 오는 기상변화에 대적할 수 있는가.

링링의 태풍은 수리산자락 산등성이를 미친듯이 휘감으며 이리출렁 저리 출렁 거렸다.

윙윙거리며 맹수가 달려들듯이 오싹한 굉음으로 힘센 바람을 몰아치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자연이 살아있는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삼켜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새벽에 아파트를 둘러보았다. 어제의  무시무시했던 태풍은 감쪽같이 숨어 고요하다 못해 태평하다.  

그러나 그 흔적은

우리 집 앞의 거목 두충나무가 부러졌다. 대추가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려있는 채로 큰 가지가 부러지고 깨진 화분도 있었다. 부지런한 경비아저씨는 부러진 나무를 모으고 있었다. 큰 나무가 부러졌지만 큰 나무 밑에 주차한 차가 없어서 다행이라며 아래지방은 피해가 커서 걱정이라고 한다.

아파트를 한 바퀴 돌아보니 제 자리로 돌아온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링링이 할퀴고 간 상처 속에 재난과 피해로 가슴앓이 하는 이재민의 고통이

부러진 대추나무에 대롱대롱 달려있는 대추처럼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수확을 앞 둔 농작물이 태풍으로 무너진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새벽 산책이었다.

하루 빨리 피해를 복구하고 마음을 다 잡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아침 단상을...




우리집 베란다 한편에서  늘 서 있던 두충나무가 이렇게...

화단을 오가며 틈실한 결실을 기대했는데.... 청춘에 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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